[게임 후기] 프래그마타 엔딩 후기|10점짜리 전투, 김종길의 ‘성탄제’가 생각나는 게임

프래그마타 엔딩 후기

프래그마타 엔딩 후기

약 18시간 만에 프래그마타(PRAGMATA) 엔딩을 봤습니다. 공개 당시부터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기대했던 게임이었는데, 직접 플레이해보니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해킹과 슈팅을 결합한 전투 방식이었습니다. 플레이 중반까지만 해도 올해 GOTY 후보로 꼽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보스와 적 패턴이 단조로웠던게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올해 출시작 중에서는 상당히 재미있게 플레이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전투만큼 기억에 남은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단연코 다이애나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귀여운 캐릭터 정도로 생각했는데, 18시간 동안 같이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꽤 정이 들어 있더라고요. 아래는 총평입니다

🎮 프래그마타 평가 요약

🏆 종합 점수: 8 / 10 (수작)

📊 그래픽 & 스토리

🟩 그래픽: 8 / 10 (기술적으로 엄청나다기보다 맵과 캐릭터 디자인이 좋았습니다. 다만 우주 시설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후반에는 조금 질리는 느낌)
🟨 스토리: 7 / 10 (엄청난 이야기는 아니지만 반전도 있고 무난하게 재미있음.)

⚔️ 전투 & 손맛

🟩 전투시스템: 10 / 10 (해킹 + 슈팅이라는 아이디어가 정말 좋았습니다. 오토 해킹이 열리고도 수동 해킹을 계속 사용했을 정도)
🟩 조작감: 8 / 10 (해킹하면서 적의 공격을 확인하고 사격까지 해야 해서 손이 정말 바쁩니다.)
🟨 타격감: 7 / 10 (전체적으로 무난.)

🧭 시스템 & 편의성

🟩 길찾기: 8 / 10 ((공략을 한 번도 보지 않고 엔딩까지 진행 가능)
🟨 난이도: 7 / 10 (보통 난이도 기준으로는 쉬운 편입니다. 보스 패턴을 공략하는 게임은 아님.)

💰 가격 가치

💸 정가 구매: 1회차만 보면 20시간이라 조금 짧게 느껴질 수 있음
🛍️ 할인 구매: 10% 정도만 할인해도 충분히 추천.

⏱️ 기록

⏳ 플레이타임: 18시간
🎬 난이도: 보통
🕹️ 플레이 환경: 대부분 Steam Deck

프래그마타(PRAGMATA) 기본 정보

프래그마타 엔딩 후기

프래그마타는 캡콤이 개발·유통한 SF 액션 어드벤처로입니다. 달의 연구 시설에서 조난당한 조사원 휴(Hugh)와 안드로이드 소녀 다이애나(Diana)가 폭주한 AI에 맞서 지구로 돌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Steam에서는 현재 한국어 사용자 평가의 96%가 긍정적인 평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굴지의 개발사인 캡콤 신작에서 한국인 조용희님이 메인 디렉터를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항목내용
게임명PRAGMATA (프래그마타)
개발 / 유통CAPCOM
출시일2026년 4월 17일
장르SF 액션 어드벤처
플랫폼PS5 / Xbox Series X|S / PC / Nintendo Switch 2
메타스코어85 / 100
유저 스코어8.8 / 10

⚠️ 장단점 / 전하고 싶은 말 요약

  • 해킹 + 슈팅이 프래그마타의 핵심입니다. 처음에는 생소하지만 익숙해질수록 손이 바빠지는 맛이 있습니다.
  • 보스전의 난이도를 기대하는 게임은 아닙니다. 보통 난이도 기준으로 크게 막히는 구간 없이 진행했습니다.
  • 길찾기는 상당히 친절합니다. 공략 없이도 충분히 진행할 수 있습니다.
  • 다이애나와의 소소한 상호작용을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리드어스 수집이나 숨바꼭질처럼 별것 아닌 콘텐츠가 나중에는 꽤 기억에 남습니다.
  • 1회차 플레이타임은 길지 않습니다. 다만 다회차에서 콘텐츠가 추가되는 구조라 1회차만으로 전체 볼륨을 판단하기에는 조금 애매합니다.

가장 좋았던 점

해킹하면서 총을 쏜다, 이게 생각보다 엄청 바쁘다

프래그마타 전투 시스템

프래그마타를 처음 플레이했을 때 가장 생소했던 것은 역시 전투였습니다. 총을 쏘기 전에 다이애나를 이용해 적의 방어를 해킹해야 하는데, 단순히 버튼 하나를 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간단한 퍼즐을 직접 풀어야 합니다. 문제는 제가 퍼즐을 푸는 동안에도 전투가 멈추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적이 공격하는지 계속 확인하면서 해킹하고, 해킹이 끝나면 다시 조준해서 사격하고, 위치를 바꾸면서 다음 적을 확인해야 해서, 손이 정말 바쁩니다.

저는 원래 이렇게 정신없이 이것저것 해야 하는 실시간 액션을 좋아하는 편이라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전투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총을 쏘는 것만큼이나 무아지경으로 해킹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게임을 진행하면 오토 해킹도 사용할 수 있게 되는데, 저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직접 해킹하면서 적이 공격하려는지 곁눈질하고, 아슬아슬하게 퍼즐을 완성한 뒤 총을 갈기는 과정 자체가 프래그마타 전투의 재미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투 시스템만 놓고 보면 개인적으로 10점을 주고 싶습니다.

33원정대와 정확히 반대 방향에서 느낀 신선함

작년에 33원정대를 플레이하면서 전투 방식에서 상당한 신선함을 느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턴제 RPG인데 QTE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실시간 액션 같은 긴장감을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프래그마타에서는 정확히 반대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33원정대가 턴제에 실시간 요소를 집어넣었다면, 프래그마타는 실시간 슈팅에 퍼즐을 집어넣어 순간적으로 턴제처럼 생각하게 만듭니다.

총을 쏘다가 해킹을 시작하면 순간적으로 머릿속에서는 퍼즐을 풀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게임이 멈추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적의 움직임도 동시에 신경 써야 합니다. 두 게임의 방향은 정반대임에도 기존 장르의 익숙한 리듬을 다른 방식으로 비틀었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신선함을 느꼈습니다.

어느 순간 다이애나에게 정이 들어 있었습니다

성탄제(聖誕祭) –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에 바간 바간 소리를 내며 할머니가 약을 끓이고 계셨다.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알의 붉은 열매를 입에 물고 열(熱)로 달아오르는 머리를 서늘한 벽에 대고 있었다.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붉은 산수유 열매—

프래그마타를 시작했을 때 다이애나는 그냥 평범한 어린아이처럼 보였습니다. 오히려 게임이 저에게 별도의 시간을 할당해서 계속 다이애나와 대화하라고 했다면 조금 귀찮아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다이애나는 휴의 등에 올라탄 채 함께 이동하고, 전투하고,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리드어스를 발견하면 다이애나가 꺄르르 웃기도 하고, 숨바꼭질을 하면 처음에는 뻔한 곳에 숨어 있다가 갈수록 ‘아니 거길 어떻게 들어갔어?’ 싶은 이상한 곳에서 튀어나옵니다. 그런 사소한 순간들이 계속 쌓였습니다.

그러다 다이애나가 아픈 구간이 찾아왔습니다. 그때 문득 김종길의 「성탄제」 가 생각났습니다. 어린 아들을 위해 눈길을 헤치고 약을 구해오던 아버지의 모습처럼, 저도 다이애나를 살리겠다고 정신없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아, 내가 얘한테 정이 많이 들었구나.’

프래그마타가 좋았던 이유는 이 유대감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다이애나와 친밀도를 올리기 위해 대화 버튼을 반복해서 누른 것도 아니고, 긴 이벤트 영상을 계속 보여준 것도 아닙니다. 제가 다이애나에게 정이 들었다는 사실을 게임이 알려준 것이 아니라, 다이애나가 아픈 순간 제가 먼저 깨달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프래그마타의 전투만큼이나 잘 만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길찾기에 힘 빼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이건 완전히 개인 취향입니다. 저는 오픈월드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면서 지도를 뒤지는 것보다, 길은 게임이 어느 정도 알려주고 저는 전투와 스토리에 집중하는 방식을 좋아합니다. 프래그마타는 이 부분에서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엔딩을 볼 때까지 공략을 한 번도 찾아보지 않았는데 길을 잃어서 스트레스받았던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일직선으로 걸어가기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조금씩 주변을 탐색하면서 리드어스 같은 수집품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게임이 길찾기로 플레이타임을 억지로 늘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아쉬웠던 점

10점짜리 전투 시스템, 하지만 보스는 단조로웠습니다

프래그마타 엔딩 후기

아이러니하게도 프래그마타의 가장 큰 단점 역시 전투에서 나왔습니다. 전투 시스템 자체는 10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시스템을 끝까지 받쳐주는 보스와 적의 패턴은 10점이 아니었습니다. 프래그마타에서는 플레이어가 해킹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보스가 계속 쉴 틈 없이 공격하면 해킹 퍼즐을 풀 수가 없습니다. 결국 게임은 플레이어가 해킹할 수 있도록 공격하지 않는 시간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초반에는 정신이 없어서 전신경 쓰이지 않았는데, 게임에 익숙해질수록 이상한 장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나는 열심히 해킹하고 있는데 보스는 멀리서 가만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게임의 시스템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이런 순간들이 반복되면서 전투의 긴장감이 조금씩 떨어졌습니다.

보스들의 디자인도 크게 기억에 남지는 않았습니다. 대부분 기계형 적이다 보니 시각적인 인상도 비슷했고, 패턴 자체도 ‘이 보스 정말 잘 만들었다’고 느낀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최종 보스가 여러 페이즈를 보여주면서 가장 다채로운 보스였던 것 같습니다. 프래그마타는 보스 하나를 잡기 위해 며칠씩 패턴을 연구하는 게임이라기보다, 다이애나와의 유대와 신선한 전투 시스템을 즐기는 게임에 더 가깝습니다.

우주 시설이 조금 질립니다

그래픽은 8점을 줬습니다. 기술적으로 압도적인 그래픽이라고 느끼지는 않았지만, 캐릭터 디자인이나 SF 분위기를 살린 맵 디자인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문제는 배경의 다양성입니다. 게임의 무대 자체가 달의 연구 시설이다 보니 플레이타임 대부분을 우주 시설과 기계 구조물 사이에서 보내게 됩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분위기가 좋았는데 18시간 가까이 비슷한 계열의 오브젝트를 계속 보다 보니 후반에는 조금 질리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조금 더 극적으로 분위기가 바뀌는 공간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18시간은 조금 아쉽지만, 이건 제 플레이 성향 탓도 있습니다

엔딩을 보고 가장 먼저 들었던 아쉬움은 역시 짧은 플레이타임이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을 단순히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프래그마타는 다회차에서 추가 콘텐츠가 열리는 구조인데, 제가 원래 스토리를 보고 엔딩을 보면 만족하고 끝내는 타입이라 다회차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실험실 같은 서브 콘텐츠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18시간짜리 게임이었지만, 프래그마타 자체가 18시간짜리 게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쓸데없이 길을 헤매게 하거나 반복 콘텐츠로 플레이타임을 늘렸다는 느낌도 없었습니다. 짧아서 아쉽기는 했지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엔딩을 보고 나니 조금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남았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게임이었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토리와 엔딩

스토리는 무난하게 재미있었습니다. 중간에 반전도 있었고,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진행하게 만드는 힘도 충분했습니다. 다만 에이트의 행동이 조금 급발진처럼 느껴지는 부분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갑자기 왜 저렇게까지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박사의 감정 데이터까지 이어받았다는 설정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엔딩 역시 완벽한 해피엔딩이라고 하기는 애매합니다. 그렇다고 암울한 엔딩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엔딩을 보면서 거창한 세계의 미래보다 오히려 ‘다이애나가 지구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게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런 걱정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아마 이것만으로도 프래그마타가 다이애나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냈는지는 충분히 설명되는 것 같습니다.

진엔딩 클리어시 휴를 맞이하는 캐빈의 음성도 재생되는 것을 보아, 2편 제작 가능성은 높아보입니다. 휴에게 박힌 데드필라멘트를 치료하는 여정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총평

프래그마타 엔딩 후기

프래그마타는 완벽한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올해 GOTY 후보라고 생각할 정도로 신선했지만, 18시간을 플레이하고 나니 분명한 한계도 보였습니다. 해킹이라는 시스템 때문에 보스가 플레이어에게 시간을 줘야 하고, 그것이 반복되면서 후반부 전투가 조금 단조로워집니다. 보스와 적의 디자인도 전투 시스템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저의 평점은 8점이고, 충분히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게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시간 슈팅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퍼즐을 풀게 만드는 독특한 전투, 길찾기에 힘 빼지 않는 깔끔한 진행, 그리고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정이 들어버린 다이애나. 특히 오토 해킹이 있는데도 끝까지 직접 해킹하고 있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프래그마타의 전투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 같습니다. 게임이 재미없었다면 편한 기능을 놔두고 굳이 그렇게 플레이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리고 엔딩을 보고 난 뒤에도 전투보다 다이애나가 지구에서 잘 살 수 있을지가 걱정되는 것을 보면, 이 게임은 캐릭터를 만드는 데에도 꽤 성공한 것 같습니다.

요약하자면, 해킹하면서 총 쏘느라 정신없다가, 정신 차려보니 등에 업힌 꼬맹이에게 정들어 있던 게임이라 할 수 있겟습니다. 보스전의 깊이를 기대한다면 조금 아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방식의 액션 게임을 찾고 있고, 다이애나와 함께하는 20여시간의 여정이 궁금하다면 저는 충분히 추천합니다.